2009/10/01 11:22

기타

한 번도 기타 치는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락 밴드를 한참 좋아할 때도 항상 기타리스트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아마 기타라는 악기 자체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일렉트릭 기타는 너무 현란해서 귀가 아팠고, 통기타는 음, 촌스러웠다. 아마 어릴 때 클래식을 들으면서 자랐고 내가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인 피아노로는 늘 클래식 곡을 연주하니까 클래시컬한 맛이 없는 악기에 매력을 못 느꼈다는 편이 맞겠다. 클래식한 면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니다. Aranjuez 협주곡을 안 들어본 건 아니건만, 그 곡은 멋있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여전히 기타 소리는 좀 세련되지 않고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달까... 기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쨌든 취향이란 게 그런 거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취향이 바뀐건지 최근에서야 기타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조만간 기타를 꼭 배우고 말 거라고 생각하게 한 노래는 바로 윤하의 Strawberry Days. 가사도 풋풋하니 귀엽고, 윤하 보컬도 더 없이 청순하고, 어찌나 기타 소리가 가을 하늘처럼 청명한지 완전 반해버렸다. 가을 소풍 가서 사이다 마시는 기분! 그래서 기타는 됐고 일단 노래를  연습해 봤는데 고음이 올라가질 않아.... 어찌 됐든 이 곡을 커버 제 1순위로 하고 있고, 제 2순위는 Brett Dennen의 Desert Sunrise. 이 노래는 일단 가사가 참 좋다. 아무 반주도 없이 기타 현을 튕기는 소리가 나직한 목소리랑 어울려 차분해지는 기분으로 사막의 일출을 상상하게 된다. 차가운 밤이 지나고, 끝도 없는 모래 위에 떠오르는 붉은 해. 볼에 닿는 오렌지빛 온기. 당신의 눈부신 빛. 아이고 좋아라...

가사는 어떻게 접는지 몰라서 이렇게 줄줄이. -_- 읽어보시랍!

A desert sunrise, you warm my soul
Painting me in shades of clay
Covering me whole
And I'm a lizard, sunbathing in your radiance
Oh i come out of hiding, so sweet
so sweet you are
If I could only have a taste
Wrap my lips around your flavor
Just because you are you
Just because you are, so beautiful

And I've been waiting all this life
In the company of one
And I know I am young
But I don't want to be alone
If you could only just
Consider the two of us
And i know darling
I could be so good to you

I see you rising
On the horizon
Bringing light into the day
And I'm coasting on your rays
When I awoke, you spoke through the mist of the mystic bliss
Casting shadows
On all my dismal yesterdays
Do you remember that you told me, darling
That I was so real
I tell you all, my tears for you are real
And we'll cross that bridge again some day
I know we will
I hope we will

Desert sunset, a lullaby
If I could give it all to you
If you'd only let me try
Sing so sweetly, it's my only wish
Music drips from your lips like sweet sips of a summer's kiss
Summer raindrops are precious, tongues twist

And I've been waiting all this life
In the company of one
And I know I am young
But I don't want to be alone
If you could only just
Consider the two of us
And I know darling
I could be so good to you

I see you rising, on the horizon
Bringing light into the day
And I'm coasting on your rays
When I awoke and you spoke through the mist of a mystic bliss
Casting shadows
On all my dismal yesterdays
Do you remember that you told me, darling
That I was so real
I tell you all, my tears for you are real
We'll cross that bridge again some day
I know we will
I hope we will

Desert moonrise, into the night
Before we lay our heads
I wish to walk under the splendorous starlight
Sing so sweetly, it's the sweetest sound
And I've become weak in the knees
And I drop down and kiss the ground
And all my cares lie far below
In this earth I wish to die
In this hearth my fire grows

2009/09/24 10:18

조금 화가 나네. 이 죽일놈의 꿀벅지.

결국 '꿀벅지'를 계속 쓰겠다는거잖습니까

정말 답답한 꿀벅지 이야기-다 지난 떡밥에 뛰어들기


1.
아니, 그렇게도 당당하면 소개팅 나가서 '와 꿀벅지시네요' 해봐라. 여자가 화내면 '엣, 화내는 근거가 뭐예요? 나는 남자든 여자든 둘 다 동등하다고 보니까 당신도 화내지 않을 거라 믿어요'ㅅ'* 앗, 화내시나요? 지금 화내시는 건 여자들이 열등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서 화내시는 건가요?' 라고 반문해라. 그 다음 한 대 뺨 맞고 다시 생각해 보시길.

2
같은 말을 해도 권력의 문제라는 게 있다. 어려운 말 할 것 없이, 뚱뚱한 사람에게 돼지라고 욕했을 때와, 보통 체격의 사람에게돼지라고 욕했을 때 누가 모멸감을 느끼고 분노할까? 둘 다 화나겠지, 둘다 열받겠지. 하지만 누가 더 그 말에 더 예민할까?

3
어떤 사람들은 페미니스트,또는 한국 여자라는 한 명의 가상적 인간을 상정해 놓고 무작정 두들긴다. 그 여자는 여권 신장을 외치며 군대 가산점 폐지를 외치지만 남자들은 적어도 3년은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군대 빠진 남자는 남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녀 평등이라면서 레이디 퍼스트를 주장하고 더치페이를 거부하며, 학창 시절에 막노동은 다 남자 시키고 체벌을 여자라서 좀 덜 받는 걸 당연하다고생각한다. 남녀 평등이니까 개방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외국인도 가리지 않지만 그렇게 놀다 결혼하면 명절엔 시부모 봉양은 때려치우는주제에 명품은 좋아해서 남편 등골을 휘게 만든다. 아니 그건 얼굴 되는 여자들의 이야기고, 그 여자는 그런 얼굴도 안 되어서노처녀로 늙으며 열폭이나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그녀는 열폭하느라고 그렇게 선량한 남자들을 키보드 공격하는 것이다. 아무렴아무렴...

....근데 이 가상의 여자는 도대체 누구? 이런 식이라면 가상의 표준적 한국인을 가정할 때 김수환 추기경처럼 성스러운 척 하지만 사실은 강호순처럼 사이코패스라는 식의 인물 조합으로도 문제 없겠다, 그리고 이 다양한 측면 중하나라도 걸리면 무차별적인 두들겨 패기. 얏호☆ 앗 맞다, 여자랑 북어는 사흘에 한 번씩 패랬지. 내가 그걸 깜빡 잊었네.

4.
그러니까 진짜 맥락을 말해주지. 어원에 대한 선험적인 지식 없이도 유의미한 숫자의 여성이 그 말을 듣자마자 기분이 나쁘다는 게진짜 팩트다. 그런데 당신이 그 말에 대한 나의 짜증은 피해망상에서 비롯되며 그 말에 대해 짜증을 내려면 매스컴 전반에 대해 심도높은 비판을 모두 한 다음에 짜증을 내라고 (실제로 그런 말을 한 '실존하는' 페미니스트들은 무시하고) 나한테 도리어 성을 내는거, 이게 진짜 맥락이다. 유남쌩?

5.
아, 물론물론, 서로 기분 나쁜 단어는 안 쓰면 되는 건 당연해! 아까 내가 기분나쁘다고 그런 말 쓰지 말자고 했을 때 왠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역시 기분 탓이겠지? 그리고 내가 아까 뭐라고 하기 전엔 딱히 기분 나빠하지 않았던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역시 기분 탓이겠지? 비꼬는 것같아서 미안... 아니, 유이 꿀벅지 나오기 전에 그 말이 먼저 나온 거 같은데 그 땐 아무도 왜 뭐라고 안 했는지 궁금하기도하고, 정말로 '초콜릿 복근'을 들을 때마다 내가 '꿀벅지' 들을 때처럼 역겨움을 느꼈다면 내가 싫다는데도 이렇게 '꿀벅지'에집착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언제 '초콜렛 복근'이랑 '짐승돌' 쓰지 말라고 아고라에 청원 올라갔나 궁금하기도해서... 아, 물론 곧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재수없게 '꿀벅지'가 먼저 올라가는 바람에 이 문제가 생긴 거겠지? 근데 오늘심리학 시간에 교수님이 남자들은 공놀이를 할 때 누가 누가 더 높이 던지나 같은 자기 중심성 에 기반한 경쟁 놀이를 한다고하시더라. 왠지 그 말이 생각나네.

6.
맞다. 사실 너희들은 다 다른 애들이구나? 내가 3번에서 맘대로 다양한 인간군상 합해서 키메라 만들지 말라고 말해놓고는 .. 미안해. 그러니까 내가 꿀벅지 싫다니까 신경질적인 반응 보인 애들,짐승돌에 기분 나쁜 애들, 다 다른 애들이지? 그럼 여기서 교통정리를 할게. 쏘리!

ㅇ그 말이 왜 문제가 되는지이해 못한 애들 - 이해 못 해도,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 많답디다. 물론 넌 화내는 애들이 지금 어원을 착각중인 데다 피해의식에 쩔어서 저런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피해의식 있는 거 맞아. 그래서 민감해. 그러니까 쓰지 마. 설령 진실을 말하더라도 상대가 기분 나쁘다면 말 않는게 어른이야. 뚱뚱한 사람을 진짜 동물인 돼지라고 생각해서 돼지라고 부르는 거 아닌 거 그 사람이 알아도 화내지? 그러니까 그 사람이 뚱뚱한건 사실이지만 돼지라고 부르면 안 되지? 무슨 말인지 알게쪄여? 좀 어려워쪄여? 울 애기 간식먹으면서 다시 천천히 생각해볼까여?

ㅇ그 말은 왜 문제가 되는지 알겠지만, 신경질적인 반응 보인 애들 - 언론에서 써서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썼겠지? 안 썼어도 뭐라고 하니까 그냥 좀 기분 나빴겠지? 이해해. 원래 남의 맘이라는 거 딱 와닿지는 않잖아. 하지만 사과할 땐 사과해야 진짜 멋있는 사람이다.

ㅇ짐승돌, 초콜렛 복근에 기분 나쁘다고,그 전부터, 그그전부터 계~속 기분 나빴다고 주장하는 애들 - 정말? 그러니까 지금 누가 더 높이 공 던지나 놀이 하는거아니지? 내가 우리 아빠가 사장님이라니까, 너희 아빠가 회장님이라고 그러는거 아니지?

ㅇ짐승돌, 초콜렛 복근에(진짜로) 기분 나쁜 애들 - 네 말이 맞아. 근육 키워서 자랑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남자애들도 정작 여자애들이 허락도 안 받고 꾹꾹 찔러볼때는 기분 나쁘다는 애들이 꽤 있더라. 난 그것도 성희롱이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런 얘기를 못 하게끔 남자는 무조건 힘세고 강하고 그걸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쪽으로 강요되고 있지. 똑같이 남성의 사회활동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지만, 맞벌이가 대세라고는 해도 아직 '가장'으로서 여성보다 더 어깨가 무거운 건 부인할 수 없고. 많은 권리를 쥔 대신, 많은 의무를 지고있는 게 가부장적 사회에서의 남성들이잖아? 비록 가부장제가 남자들이 만든 사회적 질서이지만 현대에 여성이 그 지위를 어느 정도 회복해 가려는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그 질서 안에서 상처입는 남자(남들 다 한다는 가장 노릇이라지만 그게 너무 힘든 사람들, 어디가서 말해봤자 인정도 못 받는 성폭력, 성희롱 피해 남성들 등)는 오히려 목소리 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도 이해해. 이런 모든 면에서 남녀가 가진 짐을 평등하게 나누어 지려고 하는 것이 진짜 실존하는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얘기지.어쨌든 앞으로 연예인을 비롯한 매스컴의 성 상품화에 우리 모두 조금 더 강하게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고 이번 기회에 클릭수를 조금이라도 올려보려고 선정적인 단어를 버젓이 포탈 메인화면에 올려대는 행태에 대한 비판 역시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7.
이쯤에서 옛날 글이지만 다시. http://citym.egloos.com/2227291


+
왜 화도 내지 말라는 건지. 도대체 왜 화를 못 내? 욕을 처먹었는데 기분 나쁘다고 왜 말을 못하니? 기분 나쁜 사람이 언제나 차분하게 대답해주길 바라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난 니네 엄마 아니거든요? 왜 당하고서도 맨날 화도 못 내고 차분차분 설명이나 해야 하냐고. 솔직히 꿀벅거리는 동안 기분 나빴던 건 너네가 아니고 난데 좀 버럭하면 안되냐고. 어처구니가 없다. 나의 착한 친구들이 내가 악플 다는 꼴을 보게 될 거 같은 예감이 들어서 트랙백 다 끊었음. 덧글 허용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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